명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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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덮어놓고 사랑하기
  • 윤여운 | 2018.01.10 02:46 | 읽음 : 22750
  • 명상 에세이 (5)

     

    눈과 바람의 에로티시즘--덮어놓고 사랑하기

     

    눈이 많이 온 날 아침이면 나는 묘한 추동에 사로잡히곤 한다.

    대지를 포근히 뒤덮고 있는 하늘나라 솜이불 끝을 붙잡고 끌어당겨서

    먼먼 북국을 내 코앞에 당겨놓고픈 것이다.

    내가 시도하지 않아서 그렇지,

    언제고 그렇게만 하면 눈의 나라 시베리아가 손에 닿을 것만 같다.

    눈은 이데올로기도 국경도 없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죄다 뒤덮어버린다.

    그리고 순은의 별천지로 바꿔놓는다.

    아, 나는 무엇이건 눈처럼 덮어놓고 사랑하기를 좋아한다.

    묻고 따지고 눈치 보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엔

    더 그렇다.

     

     

     글 : 김종록 <바이칼> 중에서,

    사진 : 약초연구가 최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