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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금척』
  • 치유숲지기 | 2018.11.12 01:31 | 읽음 :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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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한 몸이 꽃이면 온 세상이 봄"

     

    『금척』한민족 최고의 비기 | 김종록 장편소설

     다산책방 | 2018년 10월 26일 출간

     

    ||치유숲 리뷰||

    요즘 BTS의 일본 공연 취소 문제로 연예계가 시끌시끌하다. BTS의 한 멤버가 ‘광복절 티셔츠’를 입은 적이 있다는 이유로 일본 우익이 BTS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것이 오히려 일본의 과거 만행을 전 세계의 다시 알리는 호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바로 BTS의 세계적인 인기와 그 행보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본을 싫어한다. 아니 ‘무시’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선진국에 대한 질투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우리 감정의 본질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일본이 과거 우리에게 저지른 악행의 방식과 이후에 보인 일관된 행태를 통해 우리는 보았다. 일본의 민낯을. 보통 인간은 누군가와 최악의 일을 겪어본 뒤에야 상대의 본질을 깨닫는다. 더군다나 (자의든 타의든) 그와 한집에 살아보았다면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악행에도 등급이 있다. 일본이 저지른 악행이 얼마나 추악한 것이었는지 서양인들은 모른다. 그래서 일본이 종종 깔끔하고 세련되고 고상하고 영리한 모습을 보이면 예찬하고 긍정한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이들의 위선과 탐욕, 끝 모를 잔인함에서 ‘야만성’을 보았다. 물론 지금도 (지리적, 정치적, 정서적으로) 가까이에서 선진국이란 가면 뒤에 숨은 그들의 진짜 얼굴을 매 순간 보고 겪고 있다. 일본 우익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본질은 잠시 감출 수는 있어도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신간 소설 <금척>은 최근에 밝혀진 사료들을 바탕으로 안중근의 이토 척살과 우리 근대사를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한 이야기다. 이토 히로부미가 제1대 통감으로서 한국 병탄의 토대를 닦고, 3대 통감 데라우치가 그 마무리를 했다면, 소설 <금척>의 주요 인물인 2대 통감 소네는 안중근의 이토 척살과 금척을 감당해야만 했던 비운의 통감이다. 소설에서 재현되는 그의 야심과 몰락은 소네로 대표되는 일본의 정체성과 우리 민족의 분노를 금척이란 소재를 통해 잘 보여준다. 

    이토 저격 사건(10월 26일) 다음 날인 27일자 러시아 신문 《노바야 지즈니Новая жизнь》에 “이번 암살에 참여한 한국인은 모두26명이다. 그들 모두는 이토가 통과하는 철도선에 배치되어 있었다.”라는 기사가 실린다. 게다가 안중근이 초기 심문에서 자신의 대장을 ‘김두성’이라고 밝힌 사실이 보고되면서, 소네의 통감부는 김두성과 그 일당 찾기에 혈안이 된다. 밀정과 정보원들을 통해 치밀하게 수사망을 좁혀가던 소네는 놀라운 사실을 마주한다. 이토 저격 한 달여 전인 9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교민신문인 <신한민보>에 암살을 암시하는 삽화가 실렸던 것이다. 김척이란 한국 청년이 일본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데, 단총의 총신에는 눈금자가, 손잡이에는 태극무늬와 오얏꽃 문양이 ‘金尺(금척 또는 김척으로 읽힌다)’ 두 글자와 함께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평소 신물(神物)을 맹목적으로 숭경하던 소네는 마침 창경궁에 전시될 예정이었던 이순신의 신검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실제로 이순신 쌍용검은 박물관 개관 직후 사라져버린다). 금척의 신비한 힘과 그 유래를 알게 된 소네는 이에 매료되고 그때부터 신물 금척을 좇기 시작하는데… 

    실존 인물인 소네는 지병 악화(위암)로 한국병탄 직전에 일본에 돌아가 몇 달 후에 사망한다. 그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일본은 이토 저격을 안중근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짓고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한다. 그렇다면 소설에서 이토 척살을 위해 ‘금척 프로젝트’를 진행한 26인의 독립특파대는 실존 인물들일까? 오얏꽃 문양(대한제국 왕실 문장)과 눈금자(신화 속 금척의 이미지)가 새겨진 <신한민보> 단총 삽화는 누구의 작품일까? 안중근이 김두성(이 또한 ‘금두성’으로도 읽힌다)과 26인의 독립특파대를 언급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소설 <금척>은 역사적 왜곡이라는 무례를 범하지 않는 선에서 이러한 궁금증들을 실제 사건과 개연성 높은 추리를 통해 재미있게 해소해준다.  

    소설 속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 있는 인물은 고종과 함께 금척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끄는 70대손 금척 전달자 금바우다. 실존하는 ‘비상한 약초꾼이자 수천 년을 이어온 금척 전달자 집안의 자손’을 모티브로 탄생한 것이라고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말한다. 도대체 요즘같이 ‘인공적’인 세상에 금척정신이 무엇이길래 이 집안은 아직도 공들여 전달자를 정하고 이를 지키내는 것일까?  

    ‘더 빨리! 더 많이! 더 자극적으로!’를 외치며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갈급함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금척과 금척정신은 분명 낯설고 이질적이다. 하지만 소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가 본래 금척이었다. 우리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생명의 용광로에서 만들어진 무한 긍정의 에너지 덩어리들이다. 이러한 참 생명이 모여 자연을 이루었고, 우리도 한때 우아한 조화 속에서 모든 걸(죽음조차도) 긍정으로 받아들이며 살았다. ‘1차원(일직선)적인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생을 누렸다.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낙원에서 쫓겨난 것으로도 부족해 망각의 술(취생몽사?)을 마시는 형벌까지 덤으로 받은 것일까? 이런 생각을 달리자, 금척 전달자 집안의 존재가 새삼 놀랍고 고맙다. 금바우처럼 이들도 때론 우리 대신 십자가를 짊어졌고, 때론 우리에게 귀환이 허락되지 않은 낙원에서 축복 받은 삶을 누렸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지금 70세가 훌쩍 넘은 마지막 금척 전달자에게 자손이 없단다. 이젠 혈통이 아닌 정신으로 계승하라는 무언의 계시일까? 소설 속 금바우의 마지막 선택처럼? 그렇다면 내가 제일 먼저 번쩍 손 들고 싶다.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 행복을 착각하고 무지 때문에 고통을 자처하는 미망의 삶에서 벗어나, 무한 긍정의 생명빛 가득 머금은 참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 금척의 나라로. 

    “내 한 몸이 꽃이면 온세상이 봄”이라고 하지 않는가.  

      나부터 한 송이 꽃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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